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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이야기

(공포) 망상 -무서운이야기

실종자를 찾습니다. 이름 이하늘, 나이 25세, 거주지....'




새벽 2시 반. 어두운 거리.
담배를 물고 혼자서 길을 걷던 중 갑작스레 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창문 미용실 창문 안에 있던 두상마네킹들이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가발을 전시하기 위해 준비해둔 마네킹들이었지만 가발보다는 마네킹의 시선에 더 눈이 갔다. 마네킹들은 저마다 다르게 생겼다. 어떤 것은 콧대가 높고, 어떤 마네킹은 눈이 조금 작거나 크다. 

새벽의 시린 공기 때문인지, 어두운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것들은 내가보기에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고, 그것이 내게 공포감을 준 것은 확실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갇혀있는 시선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까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다시 그 미용실을 지나가게되었다.
아침해가 떠서 그런지, 도로에 지나가는 마을버스며 출근하는 사람들이며, 새벽에 비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때문인지는 몰라도
공포는 없어졌고 되려 두상마네킹들이 미용실에 갇힌 것이 안타까워보였다. 




'똑-똑-똑'




유리안에 미용실의 주인이 가위를 들고서 나를 쳐다보고는 웃는다.

입고리만 조금 올라간 채 웃는 모습이 영 어색했다.

나도 약간의 미소로 대답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어두운 밤이다.

다시 그 길을 지나간다.

미용실이 나타난다.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옆을 보니, 마네킹들이 있었다.

마네킹들이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마네킹을 살펴보니, 인조가죽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다.

미용실 유리창에 비춰진 내 모습과, 그 뒤에 서 있는 누군가가 있다.

고개가 미친듯이 떨리지만 결국 뒤를 돌아 본다.

미용실 주인이다.

다시 나를보고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져있다. 




'푸욱-!'







"흐헉-!! 허억-! 헉-! 헉-!"

갑작스런 꿈에 놀라 일어나보니 저녁 8시가 다 되어간다. 생생하게만 느껴졌던 꿈들 때문인지 식욕이 별로 없다. 머릿속에서는 마네킹이 흐르는 눈물들이 떠다닌다. 그리고 그 눈물들을 싹둑거리는 소리를 내며 쫓아가는 빛나는 은색 가위....




주섬주섬 옷들을 챙겨 입으며 모자를 눌러쓰고는 담배를 입에 문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집밖을 나간다. 타들어가는 담배와 그 위로 스멀스멀 기어올라가는 연기들이 오늘도 죽어가는 내 몸의 상태를 잘 설명 해 준다.




다시 그 곳이 보인다. 눈을 땅바닥으로 내리깔고는 지나간다. 만약에라도 마네킹을 쳐다봤다가는 눈물이 흐르는 것 처럼 보일것이다. PC방에 도착하고 자리를 잡아 컴퓨터를 켰다.

게임에 몰두하고보니 어느새 아침 7시가 넘었다. 찌뿌등한 몸을 억지로 일으킨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 덕에 이번에는 조금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붙는다. 당당하게 미용실 앞에서서 고개를 돌린다.

마네킹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상마네킹들이 바뀌어져있다. 

가발이 바뀌어진 것이 아니라 마네킹이 바꼈다... 자세히 보니 마네킹은 작고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어째서 유리상자를 하나 더 두었을까...




'툭'

"으악-!"

"머리자르고 가실래요? 안짜르신지 꽤 오래 되신 것 같은데..."




미용실의 원장이 나를 잡고는 미용실 안으로 데려갔다. 원채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반강제적으로 머리를 자른다.




"어떤 스타일로 잘라드릴까요?"

"그냥... 알아서 잘라주세요"

"네"




거울 앞에 앉아 있던 나는 내 머리보다는 창가쪽에 전시되어 있는 마네킹들에 눈길이 더 간다. 원장의 가위질은 능숙했다. 




"저거... 마네킹이죠?"

"네?"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마네킹보고 마네킹이 맞냐고 묻는 것은 얼마나 멍청해보였을까... 한심하게 보여졌을거다.







"자, 다 잘랐고요 이제 저쪽으로 가시면 되요"




그가 내 머리를 감겨주고는 스타일링까지 손수 해주었다. 




"두상이 참 예쁘세요, 마네킹이랑 두상이 똑같으시네요"

"네..네?"

"두상이 예쁘시다고요"

"아.. 네, 고맙습니다."




그의 어색한 미소를 보는 것도 벌써 세 번째다.




"저기, 혹시 왁스도 여기서 살 수 있나요?"

"네, 물론 살 수 있죠, 하나 구매하시겠어요?"

"그럼 하나만 주세요, 방금 제 머리에 발라주신 걸로요"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꺼내올게요"




원장은 왁스를 가지러 물품창고처럼 보이는 방으로 간다.

그가 돌아오기전에 이 쓸데없는 망상따위를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

나는 재빨리 마네킹을 보호하고 있던 유리상자를 들어올리고는 하나를 양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가보며 살펴보았다. 마네킹의 촉감이 피부와 얼핏 비슷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머리가 이런 곳에 떳떳하게 전시되어 있을리가 만무했다.




마네킹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들어올리는 순간,




'후두두두둑-!'




무언가가 잔뜩 쏟아졌다.




'식품방부제'

"지금 뭐하시는거죠?"

그가 내 뒤에 와 있었다.




"아아, 죄송해요! 얼마죠!? 여기요 잔돈은 필요없어요! 안녕히계세요!"

나는 대충 5만원권을 카운터 책상위에 두고는 미용실을 뛰쳐나왔다.




어째서 마네킹에 식품방부제들이 가득 들어있는건지, 또 어째서 그 마네킹들은 다 똑같이 생기지 않은건지....







기껏 스타일링을 했지만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샤워를 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다. 슬리퍼를 신고 허름한 차림으로 거리를 나선다.

정신을 차려보니 걸음은 멈추어져 있었고, 눈앞에는 다른 시선들이 보였다.

시선들... 마네킹들... 사람들... 그 눈안에는 원망인지 복수심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 차 있다.

한 마네킹의 눈에서 다시 무언가가 흐른다. 피눈물이다.

옆에있던 마네킹의 눈이 움직인다.

그 옆에 있던 마네킹은 천천히 입을 벌린다.




"복수...해줘...제발...그를...죽...여줘..."




뒷걸음질 몇번을 치니, 뒷꿈치에 무언가가 걸려 넘어졌다.




"알지?"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얼굴이 내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알잖아, 저거 사람 목이라는거"

"...아...아...아..."

입만 벌린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조심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런 두상들이... 전시용으로 가장 괜찮아... 자연스럽고..."

"아...!...아......"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소리도 내기 힘들다. 숨쉬는 것 조차 버겁다.







"눈 감지말고, 똑바로 뜨고 있어... 한 번에 베줄테니까"

그가 허리춤에서 칼을 꺼냈다. 

한 손으로는 내 머리카락을 잡은 채...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온 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있었다.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몸안에 냉수가 퍼진다. 아직 부족하다. 

화장실로 가 찬물에 세수를 하고는 거울을 본다.

목에 상처하나 없다.




모든 것이 꿈이다. 망상일 뿐이다. 거짓일 뿐이다.

나는 다시 옷을 꺼내입고는 담배를 물고 집밖으로 나간다.

집 안에만 있으면 망상들에 일상이 지배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 허구들따위, 두렵지 않다. 아무리 백수에 폐인처럼 살더라도 정신병자까지는 아니란 말이다!

폐인은 맞지만 정신병자까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떳떳하게 집을 나서서는 당당하게 그 시선들을 마주보기 위해 미용실 앞으로 갔다.

비어있다. 마네킹들이 없다. 가발도, 얼굴도, 눈물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뒤에는 그가 서 있다.




"서..설마.."

"그럴리가요"

"아니죠..? 제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죠?"

"맞으면요?"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어요..."

"그런게 좋아요, 그렇게 믿지 않아야해요. 당신이 그렇듯이, 누구도 믿지 않았죠..."

"그럼... 실종된 사람들이..."

"전부 다는 아니고...당신 같은 사람들만 주로 골라서 작업하니까"




이 말을 끝으로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새벽, 어두운 거리. 

머리가 긴 여성이 눈앞에 멈춰선다.

나를 쳐다보고 있다.




"제발....도와줘...."




끝.